logs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간에 대한 감각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몸으로 구성될 지경이다. 벽은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의 몸이 벽이되어 끊임 없이 변화한다. 사람이 너무 많은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그렇기에, 공간에 대한 감각을 허물고 어지러움과 구토증을 유발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환경이 괜찮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느끼는 것이 평범하지 않은 것일까. 나에겐 고정되어 있는 벽이 없는 이러한 공간은 어지럽고 불편하다.

몇개의 특정한 곳을 공간을 구성하기 위한 특징으로 찍는다. 예를 들어 중국 음식점이 하나 있다. 그곳은 구석에 위치하며 내 머릿속에서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다. 언제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으며 특징적인 음식 냄새가 나는 그곳은 기준점으로 삼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그 정반대에는 슈퍼마켓이 있다. 거의 한 벽면을 차지 하며 그 안에 들어가면 완벽히 새로운 공간을 구성할 만큼 사방이 막힌 곳이다. 그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벽면을 차지하는 공간의 한 부분일 뿐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즉시 공간은 재구성된다. 일단 외부의 현대 백화점 지하 공간에 집중하자. 저 멀리 중국 음식점과 슈퍼마켓이 각각 반대편에 위치한다. 그리고 중심에 여러 음식 잡화 가게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지정된 위치가 있을 테지만 그 안을 걸어다니고 있는 사람에게 그러한 위치는 특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 속에 몸을 맞긴채 떠내려가듯이 공간 안을 돌아다닌다. 유기적이기에 그 안에 있는 이상 중간 공간을 정확히 알기엔 한계가 있다. 새가 되어 위로 올라가던가 기계가 되어 숫자로 공간을 읽어내는 수 밖에 없는 이 공간이 나에게는 그저 하나에 커다란 뭉텅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재로 모든 것들은 이 중간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만약 이 백화점을 지하 공간으로만 특정한다면 이 중간 공간이야말로 지하 공간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적인 사람들로 만들어진 공간. 무엇보다도 하나로 특징지을 수 없는 공간. 영국에서 시작한 백화점이란 것들은 대부분 이러한 커다란 입방체의 이미지를 가진다. 건축물의 벽면은 그러할지라도 속까지 그러한 형태일까?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유기적인 공간은 과연 어디에 속한단 말인가?